기사 / 한경비즈니스

SK하이닉스 나스닥 초대장에 동봉된 청구서

2026.07.11. 한경비즈니스에 법무법인 YK 추원식 대표변호사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7월 10일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를 상장했다. 최대 45조원을 조달하는, 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이다. 그러나 초대장의 뒷면에는 미국법의 관할권이라는 청구서가 함께 붙어 있고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축포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상장의 구조는 이렇다. 신주 최대 1779만 주, 발행주식의 약 2.5%를 원주로 삼아 ADR을 발행하고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EUV 장비 투자에 쓴다. 인공지능 메모리 패권 경쟁의 실탄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자금이 아니라 관할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을 등록하는 순간 SK하이닉스는 미국 증권법상 ‘발행인(issuer)’이 된다. 발행인이 되면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이 전면 적용된다.

이 법의 사정거리는 미국 영토가 아니라 회사 전체다. 세계 어느 사업장의 임직원이나 대리인이 외국 공무원에게 부적절한 이익을 제공하면 미국 법무부와 SEC가 직접 제재할 수 있다.

더 무서운 것은 회계·내부통제 조항이다. 뇌물이 없어도 장부 기재가 부실하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제재금이 부과된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따른 내부통제 인증 의무, ADR을 매수한 미국 투자자들이 원고가 되는 증권 집단소송 위험이 더해진다. 공시 의무 역시 가볍지 않다. 첨단 반도체는 이미 안보 자산이 된 만큼 미국 투자자 보호라는 이름으로 요구되는 공시가 우리 산업의 민감 정보에 닿을 수 있다.

우려의 핵심은 규제 그 자체보다 규제가 만들어내는 지렛대다. 미국 정부는 자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와 조사, 제재라는 강력한 수단을 쥔다. 주주 기반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경영 판단의 준거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 배당과 투자처, 고객 우선순위를 정하는 국면에서 한국 주주와 한국 고객의 이익이 미국 주주와 미국의 국익 뒤로 밀리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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