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 시사저널

44조원대 정유사 담합 의혹, 법원의 저울은 어디로 기울까

2026.10.17. 시사저널에 법무법인 YK 진호식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오늘 100원 더 올린다" "올해 2조 벌 듯". 10월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부 정유사 직원들의 내부 대화라며 공개한 내용이다. 민 의원은 중동전쟁으로 기름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유 업계가 국민 부담보다 수익을 앞세우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는 "유가가 급등하던 시기에 국민 여러분들께서 느꼈을 부담에 대해서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담합이 팀장급 실무진의 독단으로 가능하겠냐며 경영진의 관여 여부를 추궁했다. 가격담합 의혹은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한 형사재판과 두 회사의 공정위 심의로 이어졌다. 검찰은 2024년 7월부터의 가격 정보 교환과 올해 3월 가격 합의를 문제 삼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 교환 기간을 2022년 2월까지 확대해 따지고 있다.

 

공정위 사무관과 검사를 역임한 진호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공개된 과거 통계보다 비공개 개별 공급가격이나 향후 인상 시기·폭을 반복적으로 공유하는 행위가 위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교환한 정보가 공개된 것인지, 얼마나 구체적이고 최신 정보인지, 얼마나 자주 오갔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유사는 국제유가와 환율이라는 공통 비용의 영향을 받는다. 가격이 비슷한 시기에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 합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진 변호사는 "핵심은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가격을 결정했는지, 경쟁사와 의사를 주고받으며 가격을 조율했는지 여부"라고 했다. 메신저와 이메일, 회의 기록, 담당자 진술을 내부 결재 자료와 실제 가격 변경 내역에 비춰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진신고자 진술도 당시 대화 기록이나 문서로 뒷받침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량구매계약은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공급받도록 하는 거래 방식이다. 정유사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주유소는 시설 투자 지원과 안정적인 기름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정유사의 제품이 더 싸더라도 구매처를 바꾸기 어렵고 정유사 간 가격 경쟁도 제한될 수 있다. 제품을 공급받은 뒤 매입가격을 확정하는 사후정산제까지 더해지면 주유소는 원가를 정확히 모른 채 판매가격을 정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진 변호사는 전량구매계약 자체가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설 투자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거래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유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구매 의무를 부당하게 강제하거나 경쟁 정유사의 판매경로를 차단했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계약 기간과 해지 가능성, 시설 지원과 구매 의무의 균형, 다른 정유사 제품을 구매했을 때의 불이익 등이 판단 기준이다. 공급 중단이나 과도한 위약금으로 거래처 변경을 사실상 막았다면 위법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과거 공정위 시정명령과 판례도 중요한 기준이지만 이번 계약의 내용과 강제 방식이 과거에 문제가 된 행위와 같은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진 변호사는 "주유소가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부당성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며 "계약 조항 자체와 실제 운영 방식 모두 심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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