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 파이낸셜뉴스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 뭐부터 하는 게 좋을까 [원희영 변호사의 사건이 된 일상]

2026.10.24. 파이낸셜뉴스에 법무법인 YK 원희영 변호사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고소부터 하고, 돈은 형사사건이 끝나면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고소를 준비하는 피해자에게는 상대방의 처벌만큼 피해를 금전적으로나마 보상받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쩐지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배상도 한결 수월할 것 같다.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까지 함께 진행하기는 부담스럽다. 형사 고소만 일단 해볼까.

범죄가 명확하고 시효나 재산 처분 문제가 급하지 않다면 형사 고소부터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반면 범죄 성립은 불확실해도 손해배상이나 반환을 청구할 민사상 근거가 있다면, 두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편이 낫다.

유죄판결은 민사소송에서 도움이 된다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면, 대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진다.

민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상대방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 손해의 발생,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상해 피해자가 치료비와 일을 하지 못한 기간의 손해를 청구한다면, 진료기록과 영수증으로 부상과 치료비를 입증하고 급여명세서나 소득신고자료로 잃은 수입을 산정하는 식이다.

확정된 유죄판결은 가해행위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다. 민사법원이 형사판결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판결에서 인정한 사실과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받으려면 불법행위의 존재부터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됐다면 범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다시 입증할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피해자로서는 손해의 범위와 배상액을 입증하는 데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도 민사소송에 활용할 수 있다.

폭행 장면이 영상에 남아 있거나 맡겨둔 돈을 무단으로 빼돌린 내역이 확인됐다면 범죄 성립을 뒷받침할 물증이 있는 사건이다. 수사기관은 관련자를 조사하고 계좌 흐름 등을 확인해 범행 경위를 밝힌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알지 못했던 추가 피해가 드러나기도 한다.

횡령 사건에서 피해자 대리인은 이미 확인한 거래와 추가 확인이 필요한 거래를 구분해 수사관에게 설명한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금융거래 내역 등은 열람·복사가 허용되는 범위에서 민사소송에도 증거로 제출한다. 피해자 혼자서는 구하기 어려웠던 자료가 수사기관을 통해 확보되니,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202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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